서울시교육청, 숭곡중에 ‘급식로봇’ 전국 최초 시범 운영
폐암‧근골격계 질환 등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기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실실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 중인 급식 로봇의 조리 모습을 보고 있다.(이미지 제공 : 뉴시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실실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 중인 급식 로봇의 조리 모습을 보고 있다.(이미지 제공 : 뉴시스)

최근 폐 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학교 급식 종사자의 안전보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가운데, 조리 현장에서의 고위험‧고강도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숭곡중학교에서 새로 도입해 운영 중인 급식로봇을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한국로보틱스 대표 등 유관기관‧기업의 주요 인사 40여 명이 참석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로봇 도입은 급식 대량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과 높은 노동 강도로부터 조리종사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급식종사자 대상으로 검진을 실시한 결과, 대상자 2만5480명 중 0.12%인 52명이 폐암 확진자로 확인됐다.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도 379명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교육청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로보틱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험작업을 대체할 로봇 개발에 나섰고, 올해 2학기부터 학생들에게 로봇이 만든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종사자 만족도 높아…10명 중 8명, “업무 부담 경감”
이날 공개된 급식로봇은 볶음 2대, 국탕 1대, 튀김 1대 등 총 4대이다. 이들 로봇은 급식 종사자를 대신해 조리 시 온도가 높거나 위험요소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다.

현장 분위기와 급식 품질면에서도 기대가 큰 편이다. 시교육청이 10월 초 급식실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급식로봇 운영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6%가 ‘예전보다 업무 부담이 25~50% 경감됐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사업을 계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85%)’, ‘근무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됐다(83%)’ 등 긍정적인 응답 비율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혜영 숭곡중 영양사는 “사람이 하면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처음 하게 된 튀김과 나중에 나온 튀김 질이 확실히 차이가 있다”며 “불 앞에 서 있지 않다는 점도 조리실무사들이 만족한다”고 말했다.

◇급식종사자와 함께 현장에서 업무 수행…‘안전성’ 확보가 중요
이처럼 사람을 대신해 고위험‧고강도 작업을 수행할 로봇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늘고있는 추세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 로봇과 사람이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만큼 예기치 못할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고위험요인(SIF) 분석정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년~2021년) 산업용 로봇으로 총 3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의 경우에도 지난 11월 기준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로봇을 도입‧운영하는 데 있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숭곡중 급식로봇의 개발사인 한국로보틱스는 공인제품인증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협동운전 로봇 시스템’ 설치 안전인증도 확보했다. 숭곡중에 도입‧운영되는 협동운전 로봇 시스템이 안전기준에 맞게 제작‧설치되었는지 여부 등을 세심히 검토해 적합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숭곡중 사례를 가지고 시스템을 보완하면 다른 학교로 확대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 같다”라며 “조리 종사원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중심으로 급식 로봇이 도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